비슷한 점은 닷컴버블 때의 순환금융(circular financing)이 지금도 나타나고 있다는 것임.
GPU를 파는쪽이 돈을 대주고, 그 돈이 GPU를 파는쪽의 매출로 다시 돌아오는 구조가 핵심임.
당시 깔렸던 광케이블의 95%정도가 한번도 불이 들어오지 않은 채 방치되었음.
오늘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블룸버그발 소식이 있다. 엔비디아가 오픈AI의 오하이오 데이터센터 부채 2500억달러를 보증하기로 한 데 더해, 오픈AI가 자사 칩을 사들이는 데 쓸 3500억달러까지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오픈AI는 적자 상태의 비상장사라 신용등급이 투자부적격이다. 데이터센터 시공사가 은행 돈을 낮은 금리로 빌리려면 임차인(오픈AI)의 신용이 필요한데, 그 신용을 엔비디아가 대신 채워주는 구조다. 같은 돈이 엔비디아에서 오픈AI로, 오픈AI에서 오라클로, 다시 오라클에서 엔비디아 칩 매출로 돌아온다. 코어위브·네비우스·IREN에 대한 투자까지 합치면, 이 순환금융은 5,400억달러를 넘어선다.
1990년대 후반, 인터넷이 데이터 트래픽을 폭발시킬 것이라는 기대 속에 통신회사들이 앞다퉈 광케이블을 깔았다. 현금이 없던 신생 통신사들은 장비회사에서 돈을 빌려 장비를 샀고, 그 대출은 결국 장비회사 자신의 매출로 돌아오는 구조였다. 2000년 한 해에만 이런 대출이 300억달러 가까이 풀렸다.

그런데 데이터 압축 기술과 DWDM(파장분할다중화)이 시장에 퍼지면서, 이미 깔린 케이블만으로 수요가 넘치는 상황이 됐다. 버블이 꺼지는 데는 새 기술 하나면 충분했다. 2000년 3월 5,048포인트로 정점을 찍었던 나스닥은 2002년까지 78% 폭락했고, 전 세계 통신주 시가총액 2조달러가 사라졌다. 당시 깔린 광케이블의 95%가량은 한 번도 불이 켜지지 않은 채 방치됐다.
차이도 있다. 광케이블 버블은 애초에 수요 자체가 부풀려진 기대였다. 지금 AI 데이터센터 수요는 적어도 아직까지는 실제 계약과 매출로 뒷받침되고 있다. 다만 규모로 보면 이번이 이미 더 크다. 2025년 기준으로 엔비디아의 벤더 파이낸싱은 자체 매출의 67%에 달해, 루슨트가 통신버블 정점에서 기록한 매출 대비 24% 수준보다 2.8배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매출 대비로는 이미 닷컴버블 정점보다 커졌다는 뜻이고, 고리가 끊어졌을 때 충격도 그만큼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이 구조에서 가장 약한 부분은 오픈AI 자신의 재무다. 오픈AI는 1달러를 벌 때 1.22달러를 쓰는 구조이고, 상장 예비심사 서류에서는 2030년 전후 흑자전환을 예상하고 있다. HSBC는 오픈AI가 2030년까지 최소 2,070억달러를 추가로 조달해야 버틸 수 있다고 봤다.
오픈AI, 2030년까지 2070억달러 추가 조달 필요 (DataCenterDynamics, 2025-11-28)매출 250억달러짜리 회사가 앞으로 5년간 매년 800억~1,000억달러 규모의 컴퓨팅 약정을 감당해야 하는 셈이다. 엔비디아·오라클·오픈AI가 투자자이자 공급자이자 고객으로 얽혀 있어, 한 곳이 흔들리면 위험이 도미노처럼 번질 수 있다. 엔비디아는 현금창출력이 워낙 커서 문제가 없겠지만, 오픈AI와 오라클은 그 도미노의 첫 줄에 서 있다.
결국 질문은 세 가지로 좁혀진다. AI가 수천억달러의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할 만큼 돈을 벌어들일 것이냐, 그때까지 오픈AI가 돈을 계속 조달할 수 있느냐, 그리고 지금보다 효율적인 기술이 나와 GPU 자체가 덜 필요해지느냐다. 오픈AI가 조달에 계속 성공하고 계약대로 매출을 키우면 이번 순환은 25년 전과 다른 결말을 맞겠지만, HSBC가 짚은 2,070억달러 조달에 실패하는 신호가 먼저 나오면 판이 달라진다. 25년 전에는 새 기술 하나가 나오며 수요 자체가 증발했다. 이번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지가, 이 순환금융 구조 전체의 수명을 결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