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엔비디아를 제치고 세계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기업이 됐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애플 시가총액은 약 4조9400억달러, 엔비디아는 약 4조8300억달러로 마감했다. 애플 주가가 특별히 크게 오른 날은 아니었다. 이날 1%가량 올랐을 뿐이다. 왕관이 바뀐 진짜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애플의 올해 상승률은 22%에 달한다. 그런데 최근 세 분기 연속으로 설비투자(캐펙스)를 오히려 줄여왔다. 다들 AI에 돈을 쏟아붓는 시기에 거꾸로 간 것이다.
프리덤캐피털마켓의 제이 우즈 수석전략가는 "AI에 더 안 쓴다고 비판받던 회사가, 그 지출의 함정을 피해 간 셈"이라고 짚었다.
같은 주, 알파벳과 테슬라는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알파벳은 AI 인프라 설비투자 전망치를 올린 뒤 주가가 떨어졌다. 테슬라도 로보택시·로봇 사업에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힌 뒤 마찬가지였다. 알파벳은 그래도 연초 대비 3% 올라 있지만, 테슬라는 30% 빠진 상태다. 캐펙스를 아낀 회사는 오르고, 늘린 회사는 뭇매를 맞은 한 주였던 셈이다.
애플이 오른 것보다 큰 그림은 반도체주가 무너졌다는 사실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이날까지 사흘 연속 내렸다. ASML이 7%, AMD가 8%, 엔비디아가 5%, 마이크론이 6% 가까이 빠졌다.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램리서치·KLA 같은 장비주도 함께 밀렸다.

발단은 중국이었다. 국가 지원을 받는 상하이 소재 업체가 자국산 DUV 노광장비 양산에 들어갔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ASML이 사실상 독점해 온 영역에 중국이 발을 들였다는 뜻이다. 이 장비 자체의 실제 성능과 한계는 스탁스가 이미 짚은 바 있다.
이날 장이 하락 출발한 것도 아니었다. 미국과 이란이 공습을 멈추며 유가가 8% 넘게 빠졌고, 엔비디아가 오픈AI에 2500억달러를 지급보증한다는 소식까지 겹쳐 오전엔 오히려 올랐다. 그런데도 결국 반도체주가 장을 끌어내렸다는 게 이번 하락의 무게를 보여준다.
캐펙스를 아끼며 실속을 챙긴 애플이 시장의 보상을 받았다. 자본 규율의 승리다.
애플은 1% 오른 게 전부다. 왕관이 바뀐 건 엔비디아가 5% 빠졌기 때문이지, 애플이 뭔가를 더 잘해서가 아니다.
두 관점 다 같은 숫자를 보고 있지만, 무게를 어디 두느냐가 다르다.
같은 날 중국 메모리 기업 CXMT가 상하이에 상장해 하루 만에 중국 최대 시가총액 상장사가 됐다. 이 이야기도 스탁스가 이미 다뤘다. 29일에는 연준 금리 결정이 있고, 시장은 동결과 인상 전망이 팽팽히 갈려 있다. 30일에는 애플 실적 발표가 예정돼 있다. 팀 쿡이 최고경영자로서 여는 마지막 실적콜이기도 하다. 그는 9월 1일부로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고, 존 터너스가 최고경영자 자리를 넘겨받는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번 왕관 교체가 오래 갈까, 아니면 하루짜리 반전일까. 목요일 애플 실적에서 캐펙스 가이던스가 다시 오르면 이번 결과는 반도체 조정이 만든 일시적 반전이었던 것이 되고, 애플이 지출을 계속 아끼면서도 실적을 지켜내면 자본 규율 쪽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한 주 동안 자본을 아낀 회사와 늘린 회사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았다. 이 차이가 우연인지, 지금 시장이 보상하는 방식이 바뀐 것인지는 이번 실적 시즌이 끝나야 드러난다.
채점 대기목요일(7/30) 애플 실적 발표에서 캐펙스 가이던스가 다시 오르는지, 애플이 시가총액 1위를 유지하는지를 8월 첫 회차에 채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