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시장의 관심이 변동성이 큰 유가에 쏠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다른 부문에서 벌어지는 일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구리도 그중 하나다. 오늘 장중 1만4,000달러를 넘어섰고(블룸버그 차트 참고), 진행 중인 AI 혁명의 '수요 측' 요인이 그 일부를 이끌었다.
구리 값이 8월 4일 런던금속거래소에서 톤당 1만3,999달러까지 올랐다. 같은 날 런던 창고의 재고는 24만4,025톤, 상하이는 6만9,300톤으로 줄었는데, 미국 코멕스 재고만 71만7,314쇼트톤으로 불어났다.
거래소에 쌓인 구리의 3분의 2가 미국 한 곳에 있다. 세계에 물건이 모자란 것이 아니라 물건이 한 나라로 옮겨 간 모양이다.
Mining.com (2026-08-03) · Business Recorder (2026-08-04) · 코멕스 수치는 쇼트톤을 미터톤으로 환산
미국 상무부는 정련 구리에 관세를 매길지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반제품과 파생 제품에는 이미 50%가 붙어 있다. 관세가 붙기 전에 들여놓으면 그만큼 싸게 산 것이 되니, 7월 한 달 동안 미국 항구에 20만 톤이 넘게 들어왔다. 2014년 집계를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양이다.
값이 오른 이유가 물건이 모자라서가 아니라 물건이 한쪽으로 몰려서라면, 그 상승은 관세 결정이 나오는 날 방향이 바뀔 수 있다.
데이터센터가 쓰는 구리는 지금 세계 수요의 1% 정도라고 골드만삭스는 집계한다. 엘에리언이 지목한 인공지능 수요는 오늘의 소비가 아니라 앞으로의 물량이 값에 먼저 반영된 쪽에 가깝다. 우드매켄지는 전력망까지 넣어 2030년 연 110만 톤을 본다. 구리를 많이 먹는 쪽은 서버 자체가 아니라 그 서버에 전기를 넣는 변전소와 케이블이다. 데이터센터 공사비에서 구리가 차지하는 몫은 0.5%가 안 되기 때문에, 짓는 쪽은 값이 올라도 사는 양을 줄이지 않는다.
2026년 제련 수수료 기준 가격은 톤당 0달러로 정해졌다. 제련소가 광석을 받아 처리하면서 한 푼도 받지 못한다는 뜻이고, 광석이 그만큼 귀해졌다는 신호다. 프리포트맥모란의 인도네시아 그래스버그 광산은 2025년 9월 토사 유입 사고 뒤 불가항력을 선언했고 2026년 생산 목표를 3분의 1가량 낮췄다. 칠레 코델코의 3월 생산량은 11만900톤으로 1년 전보다 10% 줄었다.
골드만삭스는 2026년 구리 값의 기본 범위를 톤당 1만~1만1,000달러로 보고, 중국 수요가 작년 4분기에 1년 전보다 8%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든다. 지금 값은 그 위에 3,000달러가 얹혀 있다. 그 차액이 관세를 앞둔 이동에서 왔다면, 상무부가 결정을 내놓는 날 미국 창고에 쌓인 구리는 더 들어올 이유를 잃는다. 반대로 그 차액이 광산에서 왔다면 관세 발표는 값을 흔들지 못한다. 같은 값을 두고 어느 쪽 설명을 택하느냐에 따라 지금 사는 것이 늦은 것인지 이른 것인지가 갈린다.
2026-08-05 조회 · 구리 값과 거래소 재고는 2026-08-04 기준, 코델코 생산량은 2026년 3월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