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는 여전히 HBF에 관심이 없어 보인다. HBF의 높은 대역폭은 기업용 SSD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 엔비디아의 시각이다.
현재 HBF를 가장 적극적으로 밀고 있는 곳은 구글로 보인다.
구글이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이끄는 HBF 표준 연합에 이름을 올렸다. 같은 날 이 연합은 첫 기술 규격을 공개했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 고대역폭 플래시 첫 OCP 기술 규격을 내놓다 (샌디스크 보도자료, 2026-08-03)발표문에 이름이 오른 참여사는 샌디스크, SK하이닉스, 구글, 텐스토렌트 네 곳이다. 텐스토렌트는 AI 가속기 칩을 직접 설계하는 회사다. 엔비디아는 없다.
휴대폰의 사진과 노트북의 파일이 저장되는 반도체가 낸드다. 전원을 꺼도 지워지지 않는 대신 D램보다 느리다. 그래서 낸드는 지금까지 GPU 옆자리가 아니라 저장장치 자리에 있었다. GPU 옆은 빠르기만 하면 되는 자리였고, 거기에는 D램을 층층이 쌓은 HBM이 앉아 있었다. HBF는 그 자리에 낸드를 대신 쌓아 보자는 규격이다. 느린 대신 훨씬 많이 담긴다. AI 모델을 돌릴 때 모자란 것이 속도만이 아니라 담을 자리이기도 하다는 판단이 이 물건의 출발점이다.

저자는 구글이 들어왔다는 사실만 전한다. 규격을 열어 보면 이 물건이 어디에 앉으려는지가 보인다. 담기는 양은 HBM 한 스택이 감당하는 것의 여러 배인 반면, 규격이 적어 둔 대역폭은 HBM이 내세우는 초당 테라바이트급 숫자와 단위부터 다르다. 속도로 HBM을 밀어내는 물건이 아니라 용량을 맡는 물건이다.
2026-08-04 조회 · OCP 고대역폭 플래시 1차 기술 규격, 샌디스크·SK하이닉스 발표(2026-08-03) · 수치는 코리아타임스 2026-08-04 보도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 고대역폭 플래시 표준을 공개하다 (코리아타임스, 2026-08-04)코리아타임스는 이 규격이 GPU와 붙는 통로로 UCIe를 쓴다고 전했다. UCIe는 서로 다른 회사가 만든 칩 조각을 한 패키지 안에서 잇는 공용 통로 규격이다. 공용 통로를 쓴다는 대목이 이 규격의 성격을 말해 준다. 특정 가속기 회사의 설계에 맞춰 들어가는 부품이 아니라, 누구든 자기 칩 옆에 붙일 수 있는 부품을 겨냥했다는 뜻이다.
대역폭이 더 필요하면 기업용 SSD로 충분하다. 새 규격을 패키지 안에 들일 이유가 없다.
추론이 커질수록 모자란 것은 속도가 아니라 담을 자리다. SSD는 패키지 밖에 있어 그 거리만큼 늦다.
같은 필요를 두고 한쪽은 이미 있는 부품으로 해결된다고 보고, 다른 쪽은 자리 자체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샌디스크와 SK하이닉스, HBM 대안으로 고대역폭 플래시 표준화에 나서다, D램 대비 8~16배 용량 (톰스하드웨어, 2025-08-07)톰스하드웨어는 연합이 처음 결성되던 2025년 8월, HBF가 비슷한 값으로 HBM의 8~16배를 담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값이 같고 담기는 양이 여러 배라면, 이 규격을 밀어야 할 이유가 가장 큰 쪽은 자기 데이터센터에 모델을 잔뜩 올려 두고 하루 종일 돌리는 회사다. 구글이 먼저 들어온 자리가 거기다.
이 연합은 2026년 2월에 생겼고 6개월 만에 첫 규격을 냈다. 표준을 만드는 속도로는 이례적으로 빠르다. 저자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HBF에 적극적이라고 적었다. 다만 두 회사 모두 올해 하반기에 샘플을 내놓고 고객 인증에 들어갈 것으로 본다고 했다. 엔비디아가 빠진 자리는 이 규격의 약점이면서 존재 이유이기도 하다. 가속기 시장의 대부분을 쥔 회사가 쓰지 않으면 물량이 붙지 않는다. 동시에, 그 회사가 정하지 않는 메모리 자리를 하나 만들어 두려는 것이 구글과 텐스토렌트가 여기 들어온 이유다. 규격 문서가 물건으로 바뀌는지는 하반기 샘플과 고객 인증에서 드러난다.
2026-08-04 조회 · 규격 수치는 2026-08-03 공개된 OCP 1차 기술 규격 기준이며, 샘플·인증 일정은 저자와 회사의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