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히 말해 루빈 울트라의 HBM 사양 하향은 공급의 문제다. 수요의 문제가 아니다.
12단에서 8단으로 바뀌면서 생긴 공급 여유만큼 HBM이 더 생산될 것으로 본다.
엔비디아가 2027년에 내놓을 루빈 울트라의 메모리 용량을 절반으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고 전해졌다. 칩 하나에 384GB를 붙이려던 계획을 192GB로 내리는 안이다.
공급이 빠듯해지면서 루빈 울트라의 HBM 사양이 유동적이다 (트렌드포스, 2026-07-31)트렌드포스도 7월 31일 자 보고서에서 같은 이야기를 했다. 엔비디아가 아직 네 가지 구성을 놓고 저울질하는 중이고, 최종 사양을 정하는 것은 성능 목표가 아니라 메모리 회사들의 웨이퍼 배분이라는 것이다. 용량을 깎은 쪽이 엔비디아라는 사실 때문에 이 소식은 AI 수요가 식는 신호처럼 읽히기 쉽다.
HBM은 D램 칩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려 GPU 옆에 붙인 메모리다. 몇 층을 쌓았는지를 12단, 8단이라고 부른다. 같은 바닥 면적에 열두 장을 쌓으면 여덟 장일 때보다 용량이 1.5배가 되고, 들어가는 D램도 그만큼 늘어난다.

엔비디아가 지난 3월에 시연한 루빈 울트라는 GPU 조각 네 개를 한 패키지에 담고 1TB짜리 메모리를 얹은 물건이었다. 그 뒤 조각 두 개짜리로 줄었고, 이번에는 남은 메모리의 층수까지 낮추는 안이 나왔다.
엔비디아가 1TB HBM4E를 얹은 세계 첫 AI GPU, 루빈 울트라 트레이를 시연하다 (톰스하드웨어, 2026-03-17)층을 낮추면 칩 한 장에 들어가는 D램이 줄어든다. 줄어든 D램은 사라지지 않는다. 다른 HBM을 만드는 데 그대로 들어간다.
엔비디아가 용량을 깎는 사이 D램 자체는 더 귀해지고 있다. 수요가 식어서 사양을 낮췄다는 설명과는 방향이 반대다.
2026-08-04 조회 · 1TB는 톰스하드웨어 2026-03-17 시연 보도 · 물량 전망은 에이서 대표 발언, 톰스하드웨어 2026-07-29 · 둘 다 보도 인용
2027년 모듈 업체에 갈 D램이 전년 대비 70% 넘게 줄 수 있다, 에이서 대표 (톰스하드웨어, 2026-07-29)대만 모듈 업체 에이서의 대표는 내년에 모듈 업체가 받을 D램이 올해의 30%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D램 생산능력의 60%가량이 이미 서버 쪽으로 가 있기 때문이다. 남은 물량을 놓고 스마트폰과 PC 업체가 먼저 밀린다. 쓸 물건이 모자란 쪽이 사양을 정하고 있다.
엔비디아가 칩 한 장에 붙일 메모리를 절반으로 깎았다. 가장 큰 손님이 주문을 줄인다는 뜻이고, HBM 값이 꺾이는 출발점이다.
깎인 것은 칩 한 장의 몫이지 총량이 아니다. 남는 D램으로 HBM을 더 만들면 팔리는 비트는 그대로다.
같은 결정을 두고 한쪽은 주문서가 줄었다고 읽고, 다른 쪽은 물건이 모자라 나눠 담았다고 읽는다.
원문은 디지타임스를 인용해, 2027년 D램과 HBM 생산능력이 예정보다 일찍 모두 예약됐다고 전한다. 주문한 만큼 다 받는 것도 아니어서, 처음 요청한 물량의 60~70%만 배정받는다고 한다. 클라우드 사업자와 AI 대형 고객이 먼저 채워지고 나머지가 뒤로 밀리는 순서다. 라인이 다 찼다는 이야기가 사실이라면, 엔비디아가 층수를 낮춘 것은 물건을 덜 사겠다는 결정이 아니라 같은 물건으로 가속기를 더 만들겠다는 결정에 가깝다.
이 결정이 어느 쪽이었는지는 2027년에 팔린 HBM 비트 수가 말해 준다. 칩 한 장의 용량이 줄었는데도 총 출하 비트가 늘어난다면 모자랐던 것은 물건이었다. 용량과 비트가 함께 줄어든다면 줄어든 것은 주문이었다. 그전까지 확인할 수 있는 것은 값이다. 라인이 이미 찼다는 말이 맞다면, 사양을 낮춘 뒤에도 메모리 값은 내려가지 않는다.
2026-08-04 조회 · 사양 하향안과 2027년 예약 상황은 증권사 노트와 디지타임스를 원문이 옮긴 전언 · 1TB는 2026-03-17 시연 보도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