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오브아메리카의 사이먼 우: 삼성의 장기공급계약은 공급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짜여 있어, 값의 하락은 상한이 걸려 있는 반면 상승은 대체로 상한이 없다.
예를 들어 전분기 대비 하락은 5% 미만으로 제한되는 반면, 10~20% 이상의 상승은 허용된다.
삼성전자가 맺은 메모리 장기공급계약은 값이 내릴 때만 막혀 있다. 분기당 하락은 5% 미만으로 제한되고, 상승은 10~20% 넘게 받아도 되는 조건이다.
트렌드포스는 삼성전자가 이 조건으로 묶는 물량이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라고 전했다. 회사가 2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밝힌 숫자와 같다. 생산능력의 3분의 2에 하락 방어선이 깔려 있고, 그 물량의 상승 여지는 열려 있다는 말이 된다.

장기공급계약은 공급사와 고객이 몇 년치 물량과 값의 범위를 미리 약속하는 계약이다. 보통은 양쪽이 위험을 나눠 가진다. 값이 내려가도 공급사가 일정선 아래로는 안 받고, 값이 올라가도 고객이 일정선 위로는 안 낸다. 바닥과 천장을 같이 두는 구조다. 삼성의 조건이 특이한 지점이 여기다. 바닥은 있는데 천장이 사실상 없다.
같은 시기에 같은 종류의 계약을 대량으로 맺은 회사가 하나 더 있다.
마이크론은 계약 16건에 5년짜리 조건을 걸면서 하한과 함께 상한도 뒀다. 상한선을 2026년 2분기 시장가 수준에 맞췄고, 매출의 약 40%가 고정가나 상한가로 나간다. 값이 그 뒤로 더 올라도 그 40%는 2분기 값에 묶여 있다는 뜻이다. 같은 장기계약이라도 삼성 조건과는 방향이 반대다.
2026-08-03 조회 · 마이크론 2026 회계연도 3분기 실적 발표 보도 인용
마이크론의 계약은 D램 물량의 약 20%, 낸드 물량의 3분의 1을 덮는다. 하한선은 과거 어느 호황기보다 높은 매출총이익률을 보장하도록 걸었다. 값이 무너져도 이익이 남는 구조를 산 대신, 값이 더 오를 때 받을 몫을 일부 내준 것이다.
몇 년치 값을 미리 정하면 호황이 와도 그 값만 받는다. 순환을 없애는 대신 정점의 이익을 깎는 거래다.
하락만 분기 5% 미만으로 막고 상승은 열어 뒀다면, 깎이는 것은 정점이 아니라 바닥뿐이다.
같은 이름의 계약인데 어디에 선을 긋느냐가 다르다. 회의론이 겨눈 것은 천장이고, 삼성이 그은 것은 바닥이다.
받는 쪽에 급한 것이 값이 아니라 물량이기 때문이다. 새 공장을 지어 웨이퍼가 나오기까지 3년 반이 넘게 걸리고, 회사는 2027년의 부족이 올해보다 심할 것으로 본다. 데이터센터를 짓는 쪽에서는 몇 퍼센트 비싸게 사는 것보다 못 사는 쪽이 훨씬 비싸다. 값이 아니라 순서를 사는 계약인 셈이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이 비대칭이 삼성이 협상에서 이겨서 받아낸 것인지, 지금 수급이 그렇게 만든 것인지. 가릴 지점은 다음 계약이다. 공급이 풀리기 시작한 뒤에 새로 맺거나 갱신하는 계약에도 하락 5% 상한이 남아 있으면 협상력이 만든 것이고, 그때 천장이 같이 생기면 이번 조건은 품귀가 만든 것이 된다. 메모리에서 값이 오른다는 소식은 늘 몇 년 뒤 공급과잉의 예고이기도 했다. 이번에는 그 하강 구간에서 이익이 얼마나 덜 빠지는지가 계약의 값어치를 정한다. 하락 상한 5%는 그 답을 미리 적어 둔 숫자이고, 그것이 지켜지는지는 값이 꺾인 다음에야 확인된다.
채점 대기메모리 현물가가 분기 기준으로 처음 꺾이는 분기에 채점한다. 삼성전자의 메모리 평균판매단가 하락폭이 현물가 하락폭보다 뚜렷하게 작으면 하락 5% 상한이 실제로 작동한 것으로, 비슷하게 빠지면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