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모든 고객이 장기공급계약을 원하고 있어, 저희가 가진 생산능력 안에서 모든 공급 요청을 수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미 글로벌 대형 데이터센터 고객 5곳과는 계약을 완료했고, 다른 대형 고객 5곳과는 협상 마무리 단계에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메모리 생산능력의 60~70%를 다년 계약으로 묶는다. 2분기 실적 설명회 질의응답에서 나온 숫자이고, 같은 날 공개된 실적 발표 자료에는 이 계획이 한 줄도 없다.
이 발표 자료는 매출과 이익,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이라는 시장 전망까지 담고 있지만 다년 계약은 언급하지 않는다. 숫자를 들은 곳은 그 뒤에 열린 설명회뿐이다. 2분기 매출은 171조 5,000억원, 영업이익은 89조 5,000억원이다. 이익의 거의 전부가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에서 나왔다.
반도체 부문이 회사 영업이익의 99.7%를 냈다. 나머지 사업부는 다 합쳐도 이익이 거의 남지 않았다. 메모리 값이 오른 것이 이번 이익을 거의 전부 만들었고, 그래서 그 물량을 어떻게 파느냐가 회사 전체의 문제가 된다.
2026-07-30 조회 · 삼성전자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 자료(비율은 발표치로 계산)

LTA는 공급사와 고객이 몇 년치 물량을 미리 약속하는 장기공급계약이다. 값이 오르는 구간에서는 공급사가 덜 받고, 값이 내리는 구간에서는 고객이 더 낸다. 양쪽이 서로의 위험을 나눠 가지는 보험에 가깝다. 삼성전자가 밝힌 조건은 이렇다. 기본 기간은 5년이고, 해마다 협상으로 한 해씩 기간을 덧붙이는 구조다. 계약에는 선수금이 붙는다. 선수금은 물건을 받기 전에 미리 내는 돈이다. 회사는 합의된 선수금의 약 4분의 1을 이미 받았다고 밝혔다. 대형 데이터센터 고객 5곳과는 계약을 마쳤고, 다른 대형 고객 5곳과는 최종 협상 단계다.
삼성, 메모리의 70%를 장기 계약으로 공급하기로 (서울경제 영문판, 2026-07-30)이 기사는 계약을 마친 다섯 곳을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 구글클라우드, 메타, 오라클로 짚었다. 회사는 설명회에서 고객 이름을 밝히지 않았으니 이 부분은 보도로 전해진 내용이다.
회사가 든 이유는 값이 아니라 시간이다. 새 공장을 짓기 시작해서 웨이퍼가 나오기까지 3년 반이 넘게 걸린다. 설비투자를 늘려도 2028년 전에는 공급이 의미 있게 늘어나기 어렵다는 뜻이다. 회사는 2027년의 부족이 올해보다 더 심할 것으로 본다. 낸드도 같이 묶인다. 전원을 꺼도 내용이 지워지지 않는 저장용 메모리가 낸드인데, AI 서버에 들어가는 서버용 SSD가 낸드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할 전망이고, 1년 전보다 20%포인트 넘게 올라간 수치다.
발표 자료에 없던 숫자가 중요한 이유가 여기 있다. 생산능력의 60~70%가 계약으로 빠지면 계약 밖에서 물건을 사려는 쪽에 남는 몫은 30~40%다. 회사는 계약 밖 고객에게 공급할 여유를 남기려고 상한을 그 선에 뒀다고 설명했다. 휴대폰과 PC를 만드는 중소 업체, 그리고 유통 시장이 이 30~40%를 두고 경쟁하게 된다.
결국 질문은 하나다. 생산능력의 60~70%를 5년 계약에 묶은 것이 방파제인가, 천장인가. 메모리 값이 계속 오르는 구간이면 천장이 된다. 묶어둔 물량은 오른 값을 받지 못한다. 값이 꺾이는 구간이면 방파제가 된다. 계약 물량은 값이 빠져도 팔린다. 선수금을 이미 받아 둔 것은 뒤쪽 구간을 대비한 장치로 보인다. 메모리는 값이 오르면 다 같이 증설하고, 그 증설이 몇 년 뒤 공급과잉으로 돌아오는 산업이었다. 이번 계약이 그 순환을 끊는 시도라면, 다음 하락 구간에서 이익이 얼마나 덜 빠지는지가 성패를 가른다.
채점 대기2027년 1월, 삼성전자의 다년 계약 물량이 D램과 낸드 중장기 생산계획의 60~70%에 도달했는지, 최종 협상 단계였던 대형 고객 5곳의 계약이 체결됐는지를 채점한다.